일본에 대한 얘기를 간단히 말씀드려봅니다. 금명간 BoJ의 정책 결정이 있죠. 세가지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는데요… 첫번째는 현재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가자.. 요거구요.. 두번째는 지난 12월 20일 기습적으로 상단을 0.25%에서 0.5%로 올렸던 것처럼 이번에는 0.5%에서 0.75%로 올리는 방법이 얘기되고 있네요. 세번째는요 YCC자체도 폐지하고 마이너스 금리 역시 제거를 하자.. 라는 시나리오인 듯 합니다. 각각이 갖고 있는 의미를 짚어보면서 가도록 하죠.
우선 현상 유지입니다. 현재 10년 국채 금리 상한을 0.25%에서 0.5%로 올린 이후 불과 한 달여 정도 지났는데요.. 이미 일본 10년 국채는 일본중앙은행이 한도로 삼고 있는 0.5%를 수시로 넘나들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일본중앙은행이 물러날 수 밖에 없다는데 베팅을 하고 있는 거죠. 이걸 제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중앙은행이 무제한으로 국채를 사들이면서 국채 가격을 끌어올리고 국채 금리를 찍어 누르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지난 해 12월 20일 YCC를 0.5%로 인상한 이후.. 바로 튀어올라오는 국채 금리를 누르기 위해 단기간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면서 버티고 있는 거죠.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를 쓰면… 두명이서 커다란 짐을 나르는 겁니다. 들어올리기도 쉽지 않았는데.. 그리고 옮기기가 정말 어려웠는데.. 베스트 자세를 잡고서 옮기고 있는 겁니다. 이 자세가 깨지면 절대 안되는데.. 아놔… 코가 미친 듯이 간지러운 겁니다. 코를 긁기 위해 자세를 바꾸면… 베스트 포지션이 무너지는 거죠. 그럼 물건 옮기기가 참 어려워지는 겁니다. 네… 2016년 9월 YCC를 도입한 이후 간신히 유지해오던 완화 정책의 균형을 0.25%에서 0.5%로 올리면서 무너뜨린 것이죠. 일본중앙은행이 절대 물러서지 않고 0.25%를 사수할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면… 채권 금리를 더 밀어올리면서 들어오려는 투자자들의 기세가 꺾이게 됩니다. 그런데 한 번 0.5%로 물러나는 것을 보니.. 이거 해볼만하다.. 일본중앙은행이 쫄리는 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이러면 계속해서 밀어붙이면서 금리 상단을 위협하게 됩니다. 그럼 이걸 막기 위해 무제한으로 국채를 사들이면서 엔화의 공급을 늘리게 되는데요… 이 경우 엔화는 약세를 보이게 되겠죠. 그럼 현재 연 4%수준까지 올라와있는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럼 현재의 0.5%를 지키기 위해 계속 국채를 사들이면서 엔화를 살포하면 엔 약세로 인한 물가 압력의 부메랑을 맞게 된다는 것을 일본중앙은행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얘기가 되겠죠.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은 다른 거죠. 당장 올라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지만… 그런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생겨나게 됩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기대인플레가 형성이 되면 이걸 제압하는데 상당한 희생이 필요하기에.. 인플레가 고질병이 되기 전에 제압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겁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기 위한 필요 조건 중 하나가 인플레의 장기 지속입니다. 일본은 장기 디플레에 빠져있었던 국가입니다. 한 두달 인플레 찾아온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죠. 그런데요.. 생각보다 오래 인플레가 이어질 듯 하고… 생각보다 강한 인플레가 찾아온다고 하면… 그 인플레의 원인에 관계없이… 경제 주체들에게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만들어내게 되겠죠. 인플레가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이 되면 금리를 초저금리로 계속 낮추지를 못합니다. 꽤 오랜 기간 상대적인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죠. 일본은 국가 부채가.. 상당히 많은 국가죠. 그럼 국채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커지게 될 테구요… 그럼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혹은 복지 등을 위해 쓸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길 겁니다. 노령화 국가 일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죠. 네… 인플레가 발생했을 때의 부담이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클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그럼 현재의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아마도 시간의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회의에서 바꾸건 이후 회의가 되건… 현 상황을 유지하는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듯 합니다.
이런 변경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지난 번 처럼 0.25%에서 0.5%로 올린 것처럼.. 이번에는 0.5%에서 0.75%로 올리면 되는 거 아니냐는 시나리오가 두번째입니다.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인 것은 맞는데요.. 이렇게 찔끔찔끔 상한을 올리게 되면 해님달님에 나오는 호랑이처럼 계속해서 따라붙어버리죠. 따라붙는다는 얘기가… 0,5%로 올렸더니 바로 다음 날 0.5%를 넘기는 금리가 나오고.. 0.75%로 올렸더니 바로 다음 날 0.75%를 넘는 금리가 나오게 되는 겁니다. 그럼 찔끔찔끔 계속 한도를 올리면서 이걸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국채를 사들이고 더 많은 엔화의 공급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요… 고정환율 등을 방어할 때에도 사력을 다해 방어하다가 찔끔찔끔 통화를 절하하지는 않습니다. 한 번 절하할 때는 원샷으로 큰 폭 절하를 하게 되죠. 한방에 크게 밀어올려야 계속 따라붙는 일이 벌어지지 않겠죠. 그래서 세번째 시나리오로 회자되는 것이 아예 YCC의 상한을 없애야 한다는 얘기인 듯 합니다.
그리고 YCC의 유지도 문제가 되지만… 마이너스 기준금리(-0.1%)도 문제가 되는 건요… 현재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심각함을 인식하면서도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한다는 거겠죠. 인플레 잡겠습니다… 하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면… 인플레 제압을 위한 정책 당국의 의지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지 않을까요. 그래서요… YCC 뿐 아니라 완화적 통화 정책의 틀을 바꾸자… 라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 역시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는 4월 이후에는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언급되는 것은 10년 국채가 아니라 7년이나 5년 국채에 YCC를 설정하는 것은 어떠냐.. 라는 얘기도 있는데요… 너무 각론으로 들어가는 느낌인지라… 애니웨이.. 이런 옵션들이 검토되고 있다..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옵션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인플레가 좌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강해지고.. 이게 꽤 이어질 것이란 생각이 들면 무시 모드로 일관하던 당국 역시 강하게 따라붙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지난 해 말 YCC상한을 올린 것만으로도 당국이 좌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 거죠.
이는 엔캐리 트레이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낮은 금리에… 약세가 예상되는 엔화를 빌려서… 고금리에.. 엔화보다 강해지는 통화를 사들이는 거래… 엔 캐리 트레이드가… 갑자기 엔화 조달 금리가 오르고… 약세 일변도라 봤던 엔화가 강세로 돌면서 난감해지는 거죠.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임이 나타나면… 이에 맞춰서 엔캐리 청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반대 흐름이 나와도 엔 캐리 청산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죠. 금리가 올라서 보는 손해나… 환차손의 크기보다… 다른 국가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이 크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만약 다른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그 때는 망설일 것이 없죠. 빠른 속도로 회수가 나타나곤 합니다.
엔캐리 청산은 그 자체로 시장을 뒤흔들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한 번 시장이 흔들릴 때… 엔캐리 청산은 그 크기와 속도를 훨씬 더 빠르게, 그리고 크게 만들어왔죠. 시장이 흔들릴 때 엔 캐리 청산과 함께 엔 강세가 심화되는데요.. 이걸 바로 안전자산 엔화라고 합니다. 네.. 안전 자산 엔화가 돌아오게 될 듯 합니다. 그리고 이 케이스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구도.. 엔이 강세면 원화도 강세야.. 라는 이 논리가 반대로 돌 수 있습니다. 네.. 안전 자산 엔화는 강해지는데.. 위험 자산인 원화는 약세를 보이는 구도겠죠.
올해 내내 일본중앙은행의 정책은 상당히 신경 쓰이는 변수가 될 듯 합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신한은행 WM 컨설팅센터 오건영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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